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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아름다움



동네 슈퍼가는 길에 작은 화원이 하나 있다. 가끔 저렴한 가격의 예쁜 모종이 보이면 하나씩 사곤 한다. 다년생의 식물이라면 열심히 다음해까지 신경을 써보지만, 저렴하면서도 자그마하고 이쁘장한 꽃이 피는 모종이라는 것이 보통 한해살이 식물인 경우가 많아서 계절에 따라 새로이 하나씩 장만하게 되곤 한다.
한해살이 식물을 키우는 것은 편리하기는 하지만, 계절이 지나버릴 때 그 시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쓰림을 겪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자연의 순리라는 때를 다하여 씨앗을 남기고 정리되어져 가는 것일텐데, 나는 왠지 계절이 지나버리고 시들어 죽어가는 생명체를 보게 된다는 것은 상실감이 밀려와서 마음을 허전해지곤 한다. 그렇다고 다년살이 생물이 좋기만 한 것도 아니다. 철이 지나 뿌리만을 보존해야 하는 경우, 맨 흙바닥이 보이는 썰렁한 화분을 일반 가정 주택에서 보존해 둔다는 것이 그리 깔끔해뵈는 일도 아니고, 다음 봄까지 잘 견디도록 관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하였음에도 다음 봄에 죽어있는 가지나 뿌리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속상함도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동네 화원 앞을 지나다가 저 수국을 발견했다. 색상이 새롭고 어여뻐서 가게에 들어서 버렸다.
아저씨, 이거 얼만가요? 새 품종이라 조금 비싸요. 얼만데요? 8천원인데 7천원에 드릴께요. 키우기 힘들진 않나요? 쉬워요. 물을 좋아하니까 일주일에 두번 충분히 물만 주시면 됩니다. 실내에서도 괜찮을까요? 네, 저건 그늘에도 강해요. 꽃이 지거든 좀 더 큰 화분에 옮겨서 겨울을 잘 넘겨주시고요. 그럼 내년에 또 꽃 필 겁니다.

다년생 식물. 수선화가 운좋게 다시 꽃피워 올라오는 기쁜을 경험한 바 있기는 하지만, 맞이할 다음 추운 겨울에 내가 돌봐주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어났다는 사실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저녁 찬 거리로 산 뻘건 고기가 든 검은 비닐 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눈 앞에서는 붉은 자빛 수국의 아름다움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한 손에는 뻘건 고기가 든 검은 비닐주머니를, 또 한 손에는 뻘건 자빛의 수국을 들고 가게를 나서고 있었다.
아이구~ 그거 어디서 샀어요? 예쁘네. 얼마나해요?

횡단보도에 섰있는데 알지 못하는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오셨다.
어머나~ 빛깔 좀 봐. 그건 어디서 샀어요? 이쁘기도 해라.

집 앞 야채 가게 아주머니도 말을 걸어 오셨다.

수국의 아름다움으로 인한 힘은 대단하다. 시장을 보러 나올 적의 나는 단지 홀로였을 따름인데, 수국을 들고 돌아오는 길의 나는 어느새 사람들 속에 있게 되었으니까.
 

by Annika | 2007/03/18 15:30 | N e i t h e r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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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가인 at 2007/03/18 17:11
정말 예뻐요. ^ ^
Commented by Wingyㅋㅋ at 2007/03/18 18:32
사진에 꽃이 느무 이쁩니더, 정말. +ㅁ+
Commented by 紅蓮 at 2007/03/18 21:34
와~ 꽃이 예쁘네요. 저는 이상하게 손만 가면 화분들이 다 죽어나가서ㅠ_ㅠ 말이죠.. 물을 덜주는 품종이면 될까 싶어서 산세베리아(한달에 한번)도 키워봤는데 그녀석은 화분째로 떨어뜨려버렸어요. 근데 신기한게 집에서 키우면 족족 다죽어나가는데 알바하는데서 키우던 화분들은 제가 그만둘때까지 싱싱하게 살아있었단 사실~ 아무래도 긴장감과 관심의 문제인것 같아요.
Commented by Annika at 2007/03/18 22:52
가인> 처음 볼 때보다 보면 볼 수록 더 이쁜 것 같아요.

윙이> 좀 뾰샤시하게 사진이 찍히긴 한 것 같군요. 아무튼 실물도 이뻐요.

홍련> 저도 맨날 죽어요. 그래서 수선화가 다시 피어 오른 것이 그렇게 감동이었던 거구요. 근데요, 문 꼭꼭 걸어잠근 실내는 정말 키우기 힘들더군요. 창문이란 창문 죄다 열어놓던지, 아니면 베란다에만 놓고 키우지 않으면 말이죠.
Commented by Lane at 2007/03/19 10:57
수국을 손에 들지 않아도,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이 저러하다면 진정한 얼짱이실텐데 말이지요.
어쨌거나, 꽃은 참 이쁘네요.

그리고, 백수 이후 그녀의 지름은 끝이 없어라~!
마음껏 지르고 지낼 수 있는 백수생활...
누구나 꿈에 그리던 바로 그 생활.....
아아.... 부러워라......
Commented by Annika at 2007/03/19 23:36
오솔길> 냐하하하~ 핵심만을 꽈아악~ 찌르고 가시는 당신은 진정, 저의 오랜 이글루 지인이시로군요. -_- ;;
Commented by 검은머리요다 at 2007/03/20 01:32
오~ 수국을 큰 나무에 흐드러지게 핀 것은 보았어도 제 몸체 만한 꽃을 달고 있는 수국은 처음이네요.
그리고 사진도 참 멋있게 나왔네요.
Commented by divoire at 2007/03/20 17:31
꽃이 참 예쁘네요..
지금 앉아있는 자리가 좀 춥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꽃을 보는순간..봄이구나..하는 기분이 들어 따뜻해 졌어요.^^
Commented by Annika at 2007/03/20 20:58
요다> 벌써 며칠만에 관리 부족으로 상태가 메롱이 되가요. 속상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요. ㅜ.ㅜ

divoire> 이거 너무 오랜만 아니십니까!!!!! 버럭버럭!! ^^ ;;
Commented by 검은머리요다 at 2007/03/24 15:23
메롱이 이름은 꼭 애니 주인공 같은 귀여운 이름인데..
수국이 야윈다니 걱정이 되네요. 역시 꽃송이가 너무 크다보니 힘이든걸까요.
Commented by Annika at 2007/03/24 17:46
요다> ㅋㅋ 메롱이 수국은 다행히도 다시 활성 모드로 전환되었답니다. 물을 무지 좋아하는 녀석이었더라구요. 시원한 곳을 좋아하는 것도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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